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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도 제1기 OW 해양실습 이야기 (스크롤압박주의)
추천수:1 신고
2017-06-23 16:10:39

 

이윽고 다가온 2013년 5월 4일 꼭두새벽.. 무려 세시에 눈이 떠진다.. 어린이날 소풍가는 꼬마 아이도 아닌 것이 허파에 바람 잔뜩 들어 한껏 부푼 마음 감추지 못한 채로 이미 챙겨둔 짐 죄다 꺼내어 다시 싸고, 또 꺼내고 다시 싸고를 무한반복한다..

 

새천년이 밝기 이태 전.. 어이없는 수중 안전사고로 물에 대한 공포를 떨쳐낼 재간이 없어 그만 포기하고 말았던 스쿠버다이빙.. 수많은 경험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진다는 패닉을 맛본 나로선.. 다시금 다이빙에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 그 자체인데..

 

그래도 물에 대한 동경과 애정은 버리지 못하여 늘 바다를 그리며 살아오던 어느 날.. 망연자실 수중사진을 펼쳐놓은 모니터 앞으로 머리 하나가 쑥 들어온다.. 잉태부터 출생까지 뼛속 깊이 밀레니엄 베이비인 아들 녀석이다..

 

워낙에 물을 좋아하여 깊은 물 얕은 물, 민물 바닷물 가리지 않고 뛰어들기를 밥 먹듯 하던 녀석이라.. 시원스레 펼쳐진 물속 모습에 새로운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감탄사를 연발하며 끝내 내게 물어온다..

 

‘아빠~ 전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가 정말 힘들던데.. 이런 사진들은 누가 어떻게 찍어요?’

 

머리속 구석탱이 한켠에서 오랫동안 썩어 문드러져가는 기억 조각 몇 개를 꺼내어 들고 더듬더듬 설명하려 애써본다.. 맨몸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물속에서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생명 유지 장비를 울러매고 들어가서 어쩌구 저쩌구...

 

‘하러 가요 그럼!!‘

 

느닷없이 이렇게 시작하게 된 풀장 교육.. 자식의 힘이 이렇듯 위대하고 찬란할 줄이야.. 십 수 년 내 가슴을 짓눌러 오던 두려움 망설임 따위, 아들 앞에 선 애비의 자존과 정체성만으로 파도에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처럼 슬그머니 사라진다.. 물론 내 심장은 터질 듯 콩닥거린다..

 

녀석도 은근 들떠있는 모양이다.. 깨우지도 않았는데 그 이른 아침 스스로 일어나 얼른 가자고 채근이다.. 망할 녀석.. 애비가 먼저 일어나 널 기다렸다굿!! 허위허위 1차집결지로 향하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시간을 잘못 봤구나.. 얼척 없는 아둔함에 부득이 2차집결지인 올팍셩장으로 차를 돌린다.. 30여분 남은 무료한 시간.. 인증샷 한 방 날려주는 여유를 가져본다..

 

 

약속시간 7시가 채 되기도 전에 우리의 육지 보트인 검정 그랜드카니발을 몰고 에코 미남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이신 임영훈쌤이 도착한다.. 첫 만남의 설레임.. 1박2일을 함께할 2013년 1기 동기생들과 뻘쭘한 인사를 얼렁뚱땅 마친 후, 검정 육지보트를 타고 문암LF리조트로 향한다..

 

올해 첫 해양실습교육.. 그 1기생이라는 뻐김증 만으로도 우리 일곱은 똘똘 뭉칠 수 있었기에.. 내 아들 녀석은 휴게소에서의 아침식사시간 지갑을 차에 두고 내린 얼빠진 애비를 대신한 기남 삼촌 덕택에 라면도 한 그릇 얻어먹을 수 있었다.. >.<

 

 

문암LF리조트에 떨어진 시각은 오전 열시 반께.. 하늘을 맑고 바람은 없다.. 엊그제만 해도 바람과 파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하는데.. 진심 ‘하느님이 보우하사’ 아닐까.. 따사로운 햇살 한껏 머금고 우리 1기 동기생들은 설레는 1차 다이빙 준비를 하게 된다.

 

놀라운 것은.. 내 첫 오픈워터 딱지를 뗀 곳이 바로 이곳 문암리였던 것.. 우연치곤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일이 아닌가 싶어 혼자 베시시거려본다.. 그 때는 뒤에 LF가 붙어있지 않았는데.. ‘Leisure Friend‘의 머릿글자.. 라고 샤워장 담벼락에서 훔쳐봐버렸다.. >.<

 

 

 

그 이후로 이곳 문암리는 많은 이들의 노력과 사랑으로 거듭난 것 같았다.. 예전엔 저 비치 포인트까지 장비 짊어지고 산 넘고 물 건너 똥빠지게 기어갔던 곳인데.. 이젠 다이빙하기 전에 받는 다이버의 스트레스를 최소화 시켜주도록 멋진 데크가 깔려있다.. 가다가 한두 번 바위에 걸터앉아 쉬어가던 기억이 새록거린다..

 

  

수트 입고 장비 점검하고 이동한 비치 포인트.. 말 그대로 바다는 거울과 같다.. 이렇게 새색시처럼 참한 포인트가 조선천지 또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이 새색시는 쉬이 품을 열어주지 않는다.. 5월 동해바다의 엄청난 수온.. 입수하자마자 동지섣달 비 맞은 개 떨듯 오돌오돌 떨고 만다..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임쌤이 미리 준비해주신 장갑과 조끼가 없었다면 무지 애먹을 뻔..

 

 

 

그야말로 순조로운 1차 다이빙.. 완벽한 풀장교육을 받은 덕에 우리 1기 동기생 모두 안전하게 실습에 임하였으나.. 비정한 애비 다이버는 버디인 아들 녀석 물속에 두고 엄한 남의 버디 손 붙잡고 물 밖으로 먼저 기어나와버리는 기염을 토하였으니.. 눈이 나쁜데 렌즈도 못 낀 상태였고 마스크에 김까지 잔뜩 서려 뵈는 게 없었다는 핑계도 궁색한 지경이 아닐 수 없다.. 녀석도 어이를 상실한 듯 보인다..

 

 

| 5월4일 토요일 | 날씨 맑음 | 문암LF 비치포인트 | 잠수시작 11:30 | 잠수시간 25분 | 200bar / 100bar | 최대수심 4.5m | 수온 11도 / 11도 | 시야 2m | 바람 파도 조류 없음 |

 

 

그렇게 1차 다이빙을 마친 후 맛난 점심식사를 겸한 간단 이론교육을 마친 후 달콤한 휴식을 즐긴다.. 모험심 킹왕짱인 녀석은 시나브로 주변 탐험에 나선다.. 비치 포인트 반대편 기암절벽이 이렇게 황홀하다는 건 올라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것..

 

 

 

 

과거 이곳에 걸터앉아 맥주깡 오징어 뒷다리 깨나 아작내던 기억을 더듬어.. 녀석과 함께 기어올라 에베레스트 등반대 놀이, 모델 놀이, 아빠와 아들 놀이 등등으로 방금 전 1차 다이빙에서의 비정한 애비의 이미지를 지워보려 애써본다..

 

 

 

해가 중천에 이르자 기온이 급상승한다.. 기분 좋게 살랑대는 명주바람 등에 업고 우린 다시 장비 챙겨 2차 다이빙에 돌입한다.. 살랑대는 바람 덕에 새색시 같은 매끈한 거울바다는 아니지만 이 역시 갯내음 머금고 드리워진 명주처럼 보드랍다..

 

 

1차 때 약간 부족하게 느껴졌던 웨이트를 하나 더 추가한 덕에 녀석과 애비 모두 안정적인 입수 후 중성부력을 유지하려 애써본다.. 중간에 별안간 ‘떠오름’ 없이 순탄한 다이빙을 즐기는 듯하였으나.. 마스크가 머리카락을 먹었는지 짠 바닷물이 콸콸 쏟아져 들어온다.. 하지만 당황 않고 마스크 물빼기 신공을 발휘하여 유유자적 유영을 즐기던 중.. 킁 하며 내뱉는 박자를 잘못 맞추어 그만 마스크 안으로 유입된 동해 바닷물 전부를 코로 마셔버리는 황당함을..

 

| 5월4일 토요일 | 날씨 맑음 | 문암LF 비치포인트 | 잠수시작 14:25 | 잠수시간 28분 | 200bar / 80bar | 최대수심 5.9m | 수온 14도 / 13도 | 시야 2m | 바람 파도 조류 없음 |

 

 

2차 다이빙까지 모두 마친 우리는 숙소로 이동하여 짐을 푼다..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임쌤의 간단 이론교육과 로그북 작성을 마친 후.. 모두가 학수고대하던 3차 다이빙장으로 이동하게 된다.. 절대 빠질 수 없는 산교육.. 이른바 ‘술쿠버’.. 식당에서의 간단한 식사를 곁들인 1차 교육에 이어 숙소 교육장으로 장소를 이동하여 우린 치킨과 맥주를 조지기 시작한다.. 2차에 걸친 진지 일변도 술쿠버 교육을 통해 우리 1기 동기생들은 좀 더 가까워지게 된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으니.. 달도 참 예쁘게도 휘영청 밝아있구나..

 

1기 동기생들 중 사진에 조예가 깊은 기남씨는 가져온 캐논 오두막에 백통 물려 동해바다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멋들어지게 담아내는 부지런함을 보여주었으나.. 비정하고 바닷물 먹는 하마인 게으른 애비는 해가 저만큼 오른 후에야 부스스 일어나 아이뻐 덜렁 들고 베란다 기어나가 이것도 나름 인증샷이라고 철푸덕 날려본다..

 

 

문암LF에서 걸어서 3분 거리인 우리 숙소.. 이곳 역시 경치가 끝내준다.. ‘민박집’이란 말 무색하게 깔끔히 단장된 건물은 정원에 바비큐장도 있는데다 작은 풀장까지 딸려있는 팬션 수준이다.. 운영하시는 노부부의 멘탈께서 살짝 오셨다 가셨다 하는듯한 정겨움마저도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이 곳.. 앞으로는 이 집 문지방이 닳아빠지도록 자주 들락거리겠지..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우리 임쌤.. 청소하고 이불 걷고 짐 챙기는 와중에 아침식사 고고를 외치신다.. 식당으로 가자는 말씀에 넌지시 한마디 던져본다.. 남자라면 푸라면으로 해장 겸 식사 어떠시냐는 비정한 바닷물 먹는 하마 애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갑 들고 점빵으로 내달으신다.. 푸짐한 아침 밥상을 기대했던 우리 1기 동기생 여러분들께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대신 1기 동기생 주소록 수집하여 모두 카톡 등록하고 또 패북 그룹 만들어 함께 할 공간 마련하는 총대를 맨 귀연 짓을 자처한 것으로 어여삐 봐주시길 바라며..

 

 

해양실습 이틀차.. 오늘 날씨는 어제보다 더 끝내준다.. 똑같은 상황에서 기온만 더 플러스된 느낌이라 육지보트 타고 올 때의 설렘보다 더 큰 콩닥거림이 마냥 즐겁다.. 숙소를 나서기 전에 정곡을 콕 찍어주시는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임쌤의 원포인트 레슨은 잠수표 보기.. 입수 전 / 입수 직후 / 휴식 시간에 들려주시는 사랑방 할배의 구수한 이야기와도 같은 이론교육.. 자칫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는 것들을 어찌 그리 적시적소에서 딱딱 꼬집어 주시는지.. 펄펄 끓는 냄비 속에서 찬 두부 속으로 파고드는 미꾸라지의 몸짓처럼, 무른 뇌 속을 쏙쏙 파고드는 듯하다.. 에코다이버스에서 교육받은 다이버들은 대한민국 최고의 다이버가 될 자격이 있다고 본다.. 전날 섭취한 짠 안주와 아침에 먹은 남자라면 푸라면 덕에 얼굴이 빵빵하게 부으심.. 절대 술쿠버 탓 아님..

 

 

 

이틀째 첫 다이빙은 첫 날에 이어 3차 비치다이빙.. 무리하지 않고 완벽한 기술 습득을 얻은 후에 보트다이빙을 도모하시려는 꼼꼼한 모습에 무건 장비를 매고 걷는 발걸음이 새털처럼 가볍다.. 여기서 비정한 바닷물 먹는 하마인 애비는 또 다시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는 만행을 저질렀으니.. 수트 입는 시간에 까불고 장난치고 놀다 늑장부려 모두를 땡볕에 10여분 기다리게 했다는..

 

이미 두 차례에 걸친 비치다이빙 덕에 우린 어느 정도 침착하고 안전한 다이빙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물속에 아들 버린 비정한 애비는 아들과 싸인을 맞춘다.. 물속에서 자꾸 멈칫거리며 뒤를 돌아보는 이유가 아빠가 있나 없나 확인하려는 것이라 하기에, 아빠 잘 따라가고 있다는 신호로 주기적으로 녀석의 다리를 툭툭 쳐주는 걸로.. 그러나 혈기 왕성한 망아지의 뒷발차기에 안면을 가격당한 애비는 마스크 벗겨지고 레귤레이터 놓쳐버리는 참사를 당하였으니.. 동해 바닷물은 아무래도 내가 다 마셔 없애야 이 비극이 끝나려나보다.. 그 와중에 물속에서 트림이 꺽꺽 나오는데 입으로 뱉으면 그만인 것을 어째 코로 뱉아버린 결과, 마스크 안에 남자라면 푸라면 냄새 + 김치 냄새 왕창 진동하는 통에 정말 머리가 터질 듯 띵~

 

| 5월5일 일요일 | 날씨 맑음 | 문암LF 비치포인트 | 잠수시작 10:17 | 잠수시간 18분 | 200bar / 110bar | 최대수심 5.7m | 수온 11도 / 11도 | 시야 2m | 바람 파도 조류 없음 |

 

날씨가 맑고 따스하다곤 하나, 역시 5월 아침의 동해바다는 그리 호락호락하진 않다.. 출수 후 떨리는 몸을 주체 못한 녀석은 나름의 꼼수를 부려 본다.. 조금만 더 넣어뒀으면 저기서 잠들 수도 있었을 터.. 애비 된 체면에 그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해 서운하구나..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보트다이빙.. 우리가 내려갈 포인트는 뷰가 좋고 갖가지 지형과 수중 생물들을 경험할 수 있다는 명파대.. 노상 뒷꽁지에서 사고만 치며 따라다니는 비정한 바닷물 먹는 하마 애비와 아들을 맨 앞으로 세워주신다.. 이번 보트다이빙의 미션은 상승 시 안전정지 3분.. 하강과 상승 그리고 중성부력을 어느 정도 몸에 익힌 터라 가벼이 미션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 믿고, 중간 지점인 암반지형 부근 수심이 얕아지는 곳에서 혼자 떠오르기 없기로 약속하고, 편안히 정말 편안히 물속을 유유히 즐겼다.. 너무 그 여유로움을 즐겼던 탓일까.. 그렇게 꼼꼼하게 다짐했던 3분 안전정지는 그만 엿을 바꿔 먹어버리고 만다..

 

| 5월5일 일요일 | 날씨 맑음 | 문암LF 명파대 | 잠수시작 11:36 | 잠수시간 24분 | 200bar / 110bar | 최대수심 11.1m | 수온 12도 / 11도 | 시야 1.5m | 바람 파도 조류 없음 |

 

이쯤 되니, 이제까지 십 수 년간 혼자 끙끙 앓고 지내오던 물속의 공포 따위 훌훌 털어낼 수가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 묵묵히 믿고 격려해주신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임쌤의 족집게 가르침과, 더 이상 아들을 물속에 버릴 수 없다는 비정한 애비의 비장한 각오, 한데 똘똘 뭉친 정겨운 우리 1기 동기생들의 우정이 없었더라면 가능하지 못했으리라..

 

 

이로써 이틀간의 해양실습 모든 과정을 마치게 된 우리 1기 동기생들.. 짠물에 젖은 장비 민물에 씻어 말리는 동안 주린 배를 채우러 인근 식당으로 이동하기로.. 수트를 벗기 직전, 비정한 바닷물 먹는 하마 애비는 자칫 잊고 지나칠 뻔한 인증샷 촬영에 성공한다.. 단체 사진은 까먹어도 인증샷은 절대 잊지 않는구나.. 망할 짐승..

 

 

 

꿀맛 같은 점심식사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와 장비를 챙기는 모습을 보며 흐뭇해하며 한마디 남기시던 우리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임쌤의 한마디.. 장비 챙기고 정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다이버다운 모습이 보인다며.. 일정동안 해주신 말씀 중 가장 흐뭇했던 한마디라 생각한다..

 

 

 

일정 어레인지하랴, 장비 챙기랴, 교육하랴, 안전 챙기랴, 밥 챙기랴, 심부름 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피곤한 와중에도 오는 길 가는 길 운전까지 도맡아 무사히 교육을 마치게 해주신 우리 얼짱강사 꼼꼼강사 열혈강사 임영훈 강사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리며.. 조만간 저것보다 몇 만 배 멋진 타는 듯한 노을을 구경하러 비행기 탈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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